칼럼 | 긴장을 내려놓고 쉼을 채우는 9월 제철음식: 무화과와 청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9-07 11:55 조회37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긴장을 내려놓고 쉼을 채우는 9월 제철음식: 무화과와 청귤
주간한국 2026.09.04
긴장을 내려놓고 쉼을 채우는 9월 제철음식: 무화과와 청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 몸은 계절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미세한 긴장 상태에 놓입니다. 여름내 폭염을 견디며 과열되었던 교감신경의 흥분이 가라앉지 못한 채 일교차를 맞닥뜨리면 만성 피로와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같은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때 우리 몸에 절실한 것은 긴장된 신경계를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장부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부교감신경의 활성화입니다. 부교감신경이 깨어나야 심박이 안정되고 소화액 분비가 원활해지며 온전한 재생 모드로 전환됩니다. 대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는 9월, 자연은 메마른 몸을 촉촉하게 감싸주는 무화과와 맺힌 숨을 시원하게 틔워주는 청귤이라는 지혜로운 선물을 건넵니다.
달콤한 쉼표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는, 무화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배 과수 중 하나인 무화과는 수천 년간 지중해와 중동 지역의 생명을 지켜온 과일입니다. 성경 속 아담과 하와의 나뭇잎으로, 고대 로마 검투사의 강장식으로, 또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를 지켜준 열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꽃이 열매 속으로 숨어 피어 겉으로는 꽃을 볼 수 없다는 이름처럼, 소박한 겉모습 속에 놀라운 치유의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영양학적으로 무화과는 장과 뇌를 편안하게 잇는 진정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천연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ficin)은 위장의 소화 부담을 덜어줍니다. 장과 뇌가 긴밀히 소통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에 따라 소화기가 편안해지면 뇌의 긴장 신호가 줄어들며 부교감신경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됩니다. 더불어 풍부한 마그네슘과 칼륨이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진정시키고 근육을 이완하며,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은 혈관의 산화 스트레스를 낮춰 원활한 혈류를 돕습니다.
한의학에서 무화과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이하여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장을 맑게 청소하는 건위청장(健胃淸腸), 독소와 붓기를 가라앉히는 해독소종(解毒消腫)의 명약으로 꼽힙니다. 늦여름 열기로 체내 진액(津液)이 마르고 장이 건조해져 생기는 변비와 소화장애를 다스리는 데 탁월하여,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기혈을 편안한 이완의 상태로 이끌어줍니다.
이러한 무화과는 리코타 치즈나 그릭 요거트 같은 발효 유제품,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최상의 궁합을 이룹니다. 무화과의 피신 성분이 유제품의 단백질 소화를 도와 위장을 편안하게 지켜주고, 견과류의 트립토판과 비타민 B군이 무화과의 미네랄과 결합해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도와 심신 안정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신선한 채소에 무화과와 치즈를 얹고 올리브유를 두른 샐러드는 소화기에 부담 없는 훌륭한 힐링식이 됩니다.
초록빛 생명력으로 맺힌 기운을 뚫어주는, 청귤
무화과가 부드러운 이완을 준다면, 9월 한 달 남짓 반짝 수확하는 청귤(풋귤)은 맺힌 기운을 뚫어주는 상쾌한 활력의 보물입니다. 조선왕조실록과 동의보감에서도 제주에서 진상된 미성숙 감귤의 강렬한 약성에 주목해 귀한 약재로 다루었습니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청귤은 완숙 귤보다 플라보노이드와 비타민 C 함량이 월등히 높습니다. 핵심 항산화 성분인 헤스페리딘(비타민 P)과 루틴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정상화하고 탄력을 높여 뇌혈류를 원활하게 만듭니다. 특히 껍질을 벗길 때 터져 나오는 시트러스 향의 주성분인 리모넨(Limonene)과 테르펜은 후각을 통해 대뇌 변연계에 직접 도달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뇌파를 안정적인 알파파로 유도함으로써, 교감신경의 긴장을 누르고 부교감신경을 즉각적으로 깨우는 천연 아로마 테라피 효과를 냅니다.
한의학에서 덜 익은 귤껍질은 '청피(靑皮)'라 불리며, 완숙 껍질인 진피보다 훨씬 강하게 뭉친 기운을 부수고 뚫어주는 파기소적(破氣消積), 울체된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소간파기(疏肝破氣)의 효능을 자랑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간기(肝氣)가 뭉쳐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잦거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청귤의 알싸한 산미와 떫은 향기는 정체된 기운을 시원하게 사방으로 흩어주어 굳은 신경을 맑게 깨워줍니다.
청귤은 차가운 성질과 강한 산미를 중화해주는 따뜻한 성질의 꿀, 생강이나 은은한 허브와 함께할 때 약효가 더욱 빛납니다. 청귤의 신맛이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는 점을 꿀의 단맛과 보혈 작용이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깨끗이 씻은 청귤을 껍질째 얇게 저며 꿀에 재워두었다가 따뜻한 차로 마시면, 코끝으로 퍼지는 정유 성분이 뇌의 피로를 씻어내고 온몸의 말초혈관을 이완시켜 편안한 휴식과 숙면을 돕습니다.
계절의 길목에서 몸이 보내는 뻐근함과 피로는 잠시 멈추어 스스로를 돌보라는 신호입니다. 무화과의 은은한 단맛으로 지친 장을 적시고, 청귤의 싱그러운 향기로 맺힌 신경의 빗장을 푸는 9월의 식탁을 통해 부교감신경의 깊은 쉼을 되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칼럼 원문보기 ←-클릭
#무화과 #청귤 #자율신경 #화병 #공황장애 #신경성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정이안한의원
- 이전글“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뇌에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포그’의 진실 26.09.14
- 다음글스마트폰이 굳힌 목과 등, 왜 가슴 두근거림을 부를까? 26.08.31


















여성들이 뽑은 치료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