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비우고 채우는 여름 식탁: 고구마순의 청열(淸熱)과 전복치의 원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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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8-10 11:20 조회1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비우고 채우는 여름 식탁: 고구마순의 청열(淸熱)과 전복치의 원기 회복
주간한국 2026.07.31
비우고 채우는 여름 식탁: 고구마순의 청열(淸熱)과 전복치의 원기 회복
부교감 신경을 깨우고 몸의 조화를 되찾는 한여름의 식탁
한여름의 정점인 8월은 대지가 가장 뜨겁게 끓어오르는 시기이자, 동시에 인간의 신체가 안팎으로 가장 쉽게 지치는 계절입니다. 강한 자외선과 높은 기온은 우리 몸의 교감 신경을 극도로 흥분시키며, 이로 인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데, 자연은 신비롭게도 이 시기에 맞춰 우리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아 줄 완벽한 식재료들을 대지와 바다로부터 보냅니다.
8월에 그 맛과 영양이 절정에 이르는 고구마순과 전복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일상적인 밥상에서 흔히 만나는 초록의 싱그러움과 깊은 바다가 숨겨둔 쫄깃한 생명력은 지친 현대인의 몸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최고의 천연 처방전이 됩니다.
대지의 푸른 에너지를 품은 치유제, 고구마순
고구마순은 우리가 흔히 먹는 고구마의 줄기 부분을 말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구황작물이자 귀한 채소로 대접받아 온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밥상에서부터 궁중의 찬품에 이르기까지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식재료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과거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에는 고구마 알뿌리가 차오르기 전, 무성하게 자란 줄기를 걷어내어 김치를 담그거나 나물로 무쳐 먹으며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하게 뻗어나가는 고구마 줄기는 그 자체로 여름철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고구마순은 현대인의 불균형한 신체를 정화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합니다. 무엇보다 칼륨 성분이 매우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여름철 땀 배출로 인해 무너지기 쉬운 체내 전해질 균형을 잡아주고 체내에 쌓인 과도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며, 여름철 자외선으로 인해 손상되기 쉬운 피부를 보호합니다. 특히 고구마순에 가득한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배변 활동을 돕고, 장 건강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이끌어냅니다.
한의학에서 고구마순은 성질이 평이하거나 약간 서늘하여, 여름철 체내에 쌓이기 쉬운 과도한 열기를 가라앉히는 청열(淸熱) 작용이 뛰어나다고 봅니다. 체내의 독소를 해독하고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몸이 붓는 증상을 완화하며,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소화력을 높여줍니다. 이러한 음적인 기운과 풍부한 영양소는 과열된 교감 신경을 진정시키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소화액 분비가 촉진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구마순은 생선이나 들깨와 만났을 때 최고의 시너지를 냅니다. 고구마순을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조림의 밑반찬으로 깔아 요리하면, 고구마순의 식이섬유가 생선의 비린내를 흡착하고 생선에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완벽하게 보완해 줍니다. 또한, 고구마순나물을 볶을 때 들깨가루를 듬뿍 넣으면 들깨에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이 고구마순의 지용성 비타민인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을 극대화하여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동해 깊은 바다가 키워낸 숨은 보양식, 전복치
전복치는 표준명 '괴도라치'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가진 바닷물고기로, 동해와 남해의 거친 암반 지대나 양식장 주변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과거에는 그 생김새가 못생기고 미끄러워 어부들이 잡으면 그냥 버리거나 잡어 취급을 받았으나, 미식가들 사이에서 전복을 먹고 자란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전복치는 전복이 서식하는 암초 틈에 살며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비롯해 소형 갑각류와 연체동물을 먹고 자라는데, 이 때문에 살이 매우 단단하고 풍미가 깊어 '바다의 숨은 진미'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철 강원도나 동해안을 찾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횟감이자 별미로 꼽힙니다.
영양학적으로 전복치는 고단백, 저지방의 전형적인 웰빙 식재료입니다.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함을 자랑하면서도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기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냅니다. 타우린 성분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간 기능을 활성화하고 피로 물질인 젖산의 분비를 억제하여 만성 피로에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는 한여름에 기운을 북돋워 줍니다. 미네랄과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여 혈행을 개선하고 두뇌 건강을 도우며, 여름철 더위로 인해 허해진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양질의 영양을 공급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전복치와 같은 해산물을 몸의 음기를 보충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약재 성격의 식재료로 바라봅니다. 체내의 부족한 진액을 채워주어 여름철 과도한 땀 배출로 인한 탈수 증상과 허열을 막아주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춥니다. 특히 전복치의 맑고 깨끗한 성질은 가슴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신장의 기운을 도와 체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이롭습니다. 이러한 영양 공급과 장기의 안정은 우리 몸이 편안한 휴식 상태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여, 부교감 신경이 자연스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신체적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전복치와 어울리는 최고의 음식 궁합은 무와 미나리, 그리고 식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복치를 맑은탕(지리)으로 끓일 때 무를 넣으면 무의 디아스타아제 성분이 소화를 돕고 국물의 시원한 맛을 극대화하며, 마지막에 미나리를 얹으면 미나리의 해독 성분과 향긋함이 생선의 풍미를 한껏 올립니다. 또한 회로 즐길 때는 레몬즙이나 식초를 가미한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식초의 유기산이 생선 살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살균 효과와 함께 단백질 소화 흡수를 촉진하여 완벽한 미식과 영양의 균형을 완성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제철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계절의 변화에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지혜로운 선물입니다. 유난히 무덥고 지치는 8월, 교감 신경의 과열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에 고구마순의 청량함과 전복치의 깊은 영양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식탁 위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고, 마침내 지친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단단한 건강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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